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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년 만에 귀환한 경복국 선원전 편액 |
일제강점기 선원전 훼철 후 박문사 건립에 사용... 문화재 약탈 역사 재조명
라이엇게임즈, 7번째 문화재 환수 후원으로 문화재 보호활동 지속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사장 김정희)이 일본에 소재했던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을 환수하여 오는 2월 27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최초 공개한다. 조선 왕실의 역대 어진을 모시던 선원전의 편액이 155년 만에 귀환하게 된 것이다.
환수된 선원전 편액은 1868년 경복궁 재건 당시 제작된 것으로, 가로 312cm, 세로 140cm 크기의 목재 편액이다. 조선시대 궁궐 건물 중 최고 격인 '전(殿)'에 걸렸던 편액답게 바탕에 옻칠을 하고 금으로 글씨를 쓴 화려한 양식을 보여준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어진(御眞)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이었다. '선원(璿源)'은 '왕실의 유구한 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충과 효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전각 중 하나였다.
국가유산청 문화재 연구팀은 "《승정원일기》 기록과 대조한 결과, 편액의 글씨는 당시 서사관이었던 서승보(徐承輔)의 작품으로 추정된다"며 "테두리의 구름무늬 조각과 칠보문양 등은 당시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참여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환수의 가장 큰 의미는 일제강점기 훼철된 경복궁 선원전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선원전은 1932년 일제가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해 세운 박문사(博文寺) 건립에 사용되며 해체되었다.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건물을 훼손하여 침략자를 기리는 사찰을 지은 것은 일제의 문화재 약탈과 훼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환수에는 13년째 '국가유산지킴이'로 활동하는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선원전 편액은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한 7번째 환수 문화재로, 2012년부터 <석가삼존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 등 여러 문화재의 환수를 지원해왔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에 환수된 선원전 편액은 건축·서예·공예가 접목된 종합 예술작품"이라며 "앞으로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함께 다양한 학술연구와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유산청의 과학적 조사에 따르면 편액에 사용된 안료는 진사, 양록, 연백 등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증건도감의궤>에 기록된 '재건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재료와 일치하는 것으로, 유물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조선시대 선원전은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현 덕수궁)에 설치되었으나 현재는 창덕궁에만 두 곳이 남아있다. 이번 편액의 환수로 일제강점기 훼손된 경복궁 선원전의 모습을 일부나마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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