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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0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대전 카이스트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
의상 대사의 법성게,1400년 전의 깊은 통찰
불교 사상과 양자역학의 접점: 중첩, 얽힘, 불확정성
'법성원융무이상' 모든 법은 본래 완벽하다.
'해인도와 양자역학' 바다 같은 마음의 질서
과학과 종교의 융합: 카이스트의 융합 연구 프로젝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불교 철학과 현대 과학의 만남을 제시했다. 진우 스님은 지난 10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매세월 서연'에서 "의상의 법성게와 해인도를 통해서 본 양자역학과 중도"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진우 스님은 반야심경의 공사상과 의상대사의 법성게에 담긴 화엄사상이 현대 양자역학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성게 30구 210자에 담긴 불교의 진리가 양자역학의 중첩, 얽힘, 불확정성 원리와 맞닿아있다고 강조했다.
법성게의 첫 구절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은 모든 현상이 본래 완전하며 시비와 고락이 없다는 의미다. 스님은 이를 양자역학의 관측자 효과와 연결지었다. 관측자의 의식이 현실을 결정한다는 양자역학의 원리가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1400년 전 의상대사가 체계화한 화엄사상은 우주와 현실, 미시세계를 포괄하는 깊이 있는 철학입니다. 특히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와 의상대사의 법계연기 사상은 현대 양자역학이 발견한 진리를 이미 담고 있었습니다."라며 진우 스님은 불교의 중도 사상과 양자역학의 중첩 현상을 비교하며 두 사상의 접점을 설명했다. 중도 사상은 모든 것이 상대적이며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본다. 이는 관측 전까지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중첩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해인도(海印圖)를 통해서는 완벽한 조화의 상태를 제시했다. 스님은 "해인도가 보여주는 바다와 같은 마음의 상태는 양자역학이 말하는 질서와 맞닿아있다"며 "불교사상과 현대과학의 접점을 찾는 것이 새로운 지식 창출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특강은 카이스트의 융합연구 프로젝트와 연계돼 주목받았다. 카이스트는 인문학, 과학, 예술을 통합해 고대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진우 스님은 이러한 융합연구가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현대 사회의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우 스님은 특히 현대물리학의 발전 과정이 불교의 공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뉴턴 물리학이 실체가 있는 물질을 전제로 했다면, 현대물리학은 물질의 실체성을 부정하고 에너지의 흐름으로 이해한다. 이는 만물의 실체를 부정하는 불교의 공사상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물질과 에너지가 상호 전환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역시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과 연결된다고 풀이했다.
이날 특강에서는 불교의 선수행과 양자물리학의 실험 과정도 비교됐다. 선수행자가 모든 분별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관찰하듯, 양자물리학자들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순수한 관찰을 통해 진리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진우 스님은 "과학자들이 발견하는 우주의 신비는 2600년 전 부처님이 설하신 진리와 다르지 않다"며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불교의 중도사상과 화엄사상은 현대인의 정신적,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과학과 종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진리를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역의 융합은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입니다."고 확신했다.
한편 이번 특강은 카이스트 매세월 서연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매세월 서연은 인문학과 과학의 접점을 모색하는 강연 시리즈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통찰하고 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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