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한 번씩 돌아오는 이 시기만 되면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줄의 글을 시작하기 위해 어느 때는 일주일이란 시간을 보냅니다. 흡사 화두를 잡는 심정으로 제 글을 읽고서 불교에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마음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만큼 글 재주에는 부족함이 많은 노승인지라 글을 쓰는데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심정입니다.
불교는 있는 그대로 모습이라고 해도, 독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온 노납의 살아온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문(山門)에서 보냈던 시절인연에 대해 많은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는 때입니다.
우리 신해사 주변에 다솔사(多率寺)가 있습니다. 다솔사는 사천시 곤명면 봉명산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연기 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화재로 여러 차례 소실되어 중건을 반복하면서 영악사(靈嶽寺)와 다솔사 등으로 병칭 되었습니다. 1930년대부터 주지를 역임한 최범술(崔凡述) 스님의 불사로 사역(寺域)이 정비되었고, 한용운(韓龍雲)･허영호(許永鎬)･김법린(金法麟)･김범부(金凡夫)･김동리(金東里) 등이 머물며 민족의식을 고취한 사찰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한국 차를 하는 차인(茶人)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솔사는 최범술 스님의 차 정신을 올곧게 이어가는 사찰로 인정받아, 많은 차인들이 한국 차 정신을 다솔사에서 찾기도 합니다.
신해사도 다솔사가 가까이 있다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찾아가 봅니다. 제가 다솔사를 좋아하는 것은 한용운 선사가 머물렀던 사찰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암울한 시대정신을 잃지 않고 사셨던 스님의 시 정신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밝히는 등불이었습니다. 이처럼 다솔사에서 한용운 스님과 한국의 암울한 시대를 살다가 이들을 생각하며 제 자신을 비교하기도 하지요. 이처럼 우리 삶에는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할 때 큰 잘못을 범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설혹 알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증명하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원인이 지금 우리 모습에서 찾을 수 있지만,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관습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행자의 삶은 더욱 날카로운 지혜도 있어야 하고 바른 실행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사람과 바르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부처님은 <숫타니파타>에 다음과 같이 이릅니다.
“누구라도 사실상 남에게 빚이 있으면서 빚을 갚으라고 독촉을 받았을 때 ‘갚아야 할 빚이 없다’고 발뺌을 하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니라. 자신을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 또는 재물 때문에 증인으로 나갔을 때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니라. 누구라도 미덕에 대하여 질문을 받고서도 악행을 가르치거나 비밀을 말해버리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니라. 누구라도 악행을 하고서 아무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남들이 모르기를 바라면서 숨기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니라.”
진실과 거짓을 가릴 줄 알고, 진실된 길을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걸어가는 장부의 기상이 바로 참된 수행자의 길이며 불자의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진실과 거짓 가운데 자기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쪽으로 생각합니다. 나에게 유리하면 그것이 도덕적으로 하자가 조금 있다 해도 진실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것을 합리화합니다. 나이가 어렸거나 힘이 없을 때 지혜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을 할 때 조심스럽게 우리 모습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불교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처해 있는 이 위치에서 올바름을 지켜가는 것이 바로 불교의 정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진실인 줄 알고 진실 아닌 것을 아닌 줄 알아야 합니다. 아는 것을 바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불자의 참 모습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위치에서 생각하고 자기 위주로 생각해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조금 벗어나 생각을 하게 마련입니다. 바른 생각을 하고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부처님의 세계로 이를 수 있습니다. 우린 이런 사람이 되도록 애써야 하고 바로 자신을 세우는 사람을 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자다운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http://www.bulgyonews.co.kr/news/38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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