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 산불 피해로 의사일정 변경
팔공총림 동화사 지정 해제 결의
대한불교조계종 제233회 중앙종회 임시회가 3월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중앙종회는 종단 화합을 위한 멸빈자 사면 종헌 개정안이 부결되고, 정묵 스님이 제13대 호계원장으로 선출되는 등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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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회사를 하는 중앙종회 의장 주경 스님 |
중앙종회는 재적 의원 81명 중 73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했으나, 대형 산불로 인한 고운사 전소 피해로 인해 긴급히 의사일정을 변경했다. 주경 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종단이 30년 만에 조직 개편을 이뤄 4월 1일 새로운 시작을 하는 등 큰 전환기를 맞았다"며 "당면한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종단의 미래를 밝히는 탁마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앙종회는 종단 화합을 위한 멸빈자 사면 종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31표, 반대 42표로 부결됐다. 종헌 개정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충분한 논의 부족이 부결 이유로 꼽혔다. 이로 인해 연동된 '멸빈자 사면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도 폐기됐다.
원로의원에는 현 호계원장 무심 보광 대종사가 만장일치로 추천됐다. 보광 스님은 지난해 종상 스님의 입적으로 공석이 된 직할 원로의원 자리에 추천됐으며, 정토·대각사상 연구의 학자이자 정토사 개원과 만일염불결사회 조직 등 전법·포교분야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조계총림 송광사 제8대 방장에는 편양당 현묵 대종사가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현묵 스님은 90안거를 성만했으며, 1983년부터 하동 칠불사 선원에서 10년간 산문을 나오지 않고 참선 수행하며 7년 동안 묵언 정진했다. 오는 4월 24일 보조국사 종재에서 8대 방장으로 승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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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계원장에 선출된 정묵 스님 |
제13대 호계원장에는 정묵 스님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정묵 스님은 법장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제12대~15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으며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소임을 두 차례 맡아 종단과 교구 발전에 노력했다. 진화 스님은 종단 화합을 위해 호계원장 후보에서 사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정묵 스님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중앙종회는 '팔공총림 동화사 지정 해제의 건'을 긴급 안건으로 채택해 찬성 50표, 반대 23표로 가결했다. 총림실사특위는 "팔공총림 동화사가 승가대학과 율원, 염불원을 사실상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교육기관 예산의 61%를 삭감하는 등 총림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해제 사유를 설명했다. 동화사특별감사위원회도 "교구본사의 종무행정 전반과 회계 운영에 상당한 문제가 확인됐다"며 총무원 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직 개편 후속 조치와 관련해 4건의 종법 제·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총무원법 전부 개정에 따른 다른 법의 일괄 개정법 제정안'을 통해 종법의 '교육원', '포교원' 명칭이 '총무원'으로 일괄 개정되며, '문화재' 명칭도 '문화유산'으로 바뀐다. 호법부 조사국을 유지하는 '총무원법 개정안'도 가결되어 4월 1일 조직 개편이 시행되어도 호법부의 호법국과 조사국은 그대로 유지된다.
비구니 명사 법계 심사를 위한 비구니 법계위원을 신설하는 법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로써 현 비구 스님에 한정된 9인의 법계위원이 '종사 이상 비구 9인, 명덕 이상 비구니 3인'으로 확대되며, 비구니 법계위원은 비구니 명사 특별전형 심사에만 참여하게 된다.
총무원 호법부장에는 도심 스님의 임명이 만장일치로 동의됐다. 법계위원회 위원으로는 성운 스님(삼천사 주지), 지원 스님(육지장사 주지), 도서 스님(전 도선사 주지)이 위촉됐으며,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후보자로는 성화 스님(총무원 총무부장)과 덕운 스님(총무원 감사국장)이 복수 추천됐다.
2025년도 중앙종무기관 추가경정 예산안은 2025년 예산 대비 66억 7960만원(21.2%) 증액한 382억 5410만원으로 통과됐다. 교육과 전법 분야 강화를 위해 포교부와 교육부 예산이 증액됐으며, 신설조직인 조계종연구소에 3억 200만원, 미디어홍보실에 3억 2860만원이 각각 편성됐다. 2024년도 세입·세출 결산 승인의 건도 통과되어 일반회계 350억 557만 1777원, 특별회계 697억 4168만 6820원이 승인됐다.
중앙종회는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유지재단 재산 처분(기부채납) 동의의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종단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0.27법난 기념관 시설 건립 목적으로 서울 조계사 주변 부지에 매입한 부동산 4건을 국가로 무상 기부채납하는 내용이다. 해당 부동산은 조계종유지재단 명의로 매입됐으나, 10.27법난 기념관 시설 부지가 봉은사로 최종 변경되면서 국가 보조금 교부 조건에 따라 기부채납하게 됐다. 현재 이 부지는 조계사 신도회 사무실, 청년센터, 가사원 등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향후 1년간 임대해 사용하거나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다.
중앙종회는 '전국적 산불로 인한 국가 재난사태 극복을 위한 호소문'을 채택하고 대형 산불 피해 최소화와 신속한 복구 지원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세부 내용은 중앙종회 사무처에 위임했으며, 대형 산불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에 따라 예정된 회기를 앞당겨 제233회 임시회를 폐회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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