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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등식을 거행하는 동참 대중들 |
미륵사지 석탑 형상의 전통 한지등 불 밝혀
진우 스님 "연대와 자비로 다시 하나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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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등식장에 입장하는 진우 스님과 오세훈 서울 시장 |
불기 2569(202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치유·평안·화합의 미륵사지탑 등(燈)' 점등식이 4월 2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봉행됐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이틀 앞두고 찬반 입장이 갈리고, 영남지역 대형산불 피해로 침통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번 점등식은 식전 공연과 탑돌이 행사를 생략하고 30분간 간소하게 진행됐으나, 오히려 그 속에 더 깊은 의미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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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기2569년 봉축탑 점등식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
봄바람이 스치는 광화문광장에 모인 1,5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묵묵히 미륵사지 석탑을 본뜬 전통 한지등에 시선을 고정했다.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점등식을 보기 위해 모인 불자들과 시민들의 얼굴에는 경건함이 묻어났다. 행사 시작에 앞서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위로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고, 참석자들은 두 손을 모아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국보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원형으로 한 높이 19.5m의 전통 한지등은 어둠이 내린 광화문 광장을 장엄하게 밝혔다. 불빛이 점차 강해지며 한지등이 환하게 빛나자 광장에 모인 참석자들의 얼굴에도 불빛이 반사되어 희망의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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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등사를 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장 진우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조계종 총무원장)은 점등사에서 "연꽃이 진흙 속에서도 맑은 향기를 피우듯, 고난의 시간에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 연민과 사랑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한다"며 "마음을 밝히면 세상도 밝아진다. 마음을 청정하고 바르게 살펴는 일을 매일 실천하여, 이웃과 세상의 밝은 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우 스님은 "천 년의 세월을 품은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시간의 풍파를 이겨낸 석탑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희망의 빛을 밝힐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다"면서 "돌 하나하나에 깃든 장인의 정성과 불심이 결국 석탑을 다시 세웠듯이, 우리 사회도 연대와 자비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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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사를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
오 세훈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먼저 정치인으로서 극한 대립과 갈등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오 시장은 "이제는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며 "자비심을 가득 채우면 마음의 평안이 온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서로를 조금 더 용납하게 되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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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원문을 봉독하는 관음종 총무원장 도각 스님 |
관음종 부원장 도각 스님은 축원문에서 "오늘 밝혀지는 이 전통등 불빛으로 상처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해 평안을 구하고 분열과 갈등을 극복해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대화합의 세상이 열리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축원했다.
이번 점등식에는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능원정사,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총지종 통리원장 록경 정사 등 불교계 지도자들과 서울 주요 사찰의 스님들이 참석해 함께 등불을 밝혔다. 광장 주변으로는 노란 연등이 줄지어 달려 봄밤의 정취를 더했다.
붉은 가사를 입은 스님들과 양복을 입은 내빈들, 그리고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진 광경은 마치 각기 다른 색의 등불이 모여 하나의 큰 빛을 이루는 모습과도 같았다. 점등식이 거행되는 동안 광장은 정적 속에서도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특별한 시간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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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축탑은 미륵사지 석탑을 70%로 축소해 만들어 졌다. |
이날 광화문 광장을 밝힌 미륵사지탑 등은 실제 석탑의 약 70% 크기로 제작됐으며, 백제 미륵신앙의 이상향과 자비·평화의 상징성을 '치유·평안·화합'의 메시지로 표현했다. 봉축위원회는 점등된 등불이 4월 2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전역에 설치된 약 5만여 개의 가로연등과 함께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알릴 예정이다.
김종열 기자. 사진= 연등회보존위원회
http://www.bulgyonews.co.kr/news/38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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