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불편-녹색전환사회를 위한 지혜
유정길 지음
모과나무
20,000원
흔히 접하는 시사용어 중에 ‘Sustainable Development’가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번역한다. 30여 년 전 이 용어가 나올 당시에 ‘지탱가능한 발전’으로 번역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현재까지의 성장 방식을 단절하고 강력한 전환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무시됐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열망의 용어로 오도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저자는 정토회 산하 환경 기구인 ‘에코붓다’의 사무국장과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일찍이 생태적 대안 실천 운동을 펼쳐왔다. 그의 일관된 주장은 환경은 환경 문제가 아니라는 것.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이 중심을 이룬다. 문제의 원인을 짚고 해결을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인간 중심주의를 철저히 벗어던지고, 동물·식물을 포함한 유정물과 무정물까지도 ‘나’와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관점이다.
그의 이러한 세계관은 녹색불교 운동으로 표현된다. 이 운동은 사회 변화(사회운동)와 자기 변화(수행)를 동시에 실천하며 자연과 생물의 권리, 미래 세대 권리 등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가치를 깨닫는 것이다. 궁극에는 연결된 사회 속에서 자연과 타인의 행복이 곧 자기 행복임을 깨닫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각성 운동으로 귀결된다. 근본은 생명 살림 운동이지만 방편적으로는 환경운동으로 표현되는 활동에 집중한다.
불교환경연대 대표로 녹색불교연구소장을 겸하는 저자가 10년 전 펴낸 책이 『생태사회와 녹색불교』이다. 『거룩한 불편』은 그 후속편인데 ‘채식이 기후를 살린다’, ‘생태적 전환사회를 위한 실천’ 등 44편의 글은 “과연 나무의 희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생명적 가치를 갖고 있을까”라는 저자의 겸손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여운을 남기는 시(詩)적인 제목이 더욱 눈길을 끈다. 근원은 52쪽 마지막 단락이다.
“『법구경』 「화양품」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벌이 꽃내음과 빛깔을 다치지 않고 꿀만 따 가듯이, 성자는 마을에서 그와 같이 탁발을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자연 이용도,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편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꿀벌이 꿀을 따듯 서로 유리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좋은 일은 다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러나 이는 ‘거룩한 불편’이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8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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