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카나-자이나교의 자발적 단식 존엄사
양영순 지음
씨아이알
15,000원
인도에서 발생한 자이나교는 불교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불교는 전파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모습의 세계종교가 됐지만, 자이나교는 고대 인도의 수행전통을 고수하면서 인도인의 0.4% 정도 되는 극소수 종교로 남아 있다.
자이나교 수행자들은 불살생과 무소유의 이상을 완전히 실행하기 위해 나체로 수행하며 작은 벌레도 죽이지 않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는 다르마를 지키며 온전한 죽음을 실현하기 위해 단식과 명상을 실천하며 살레카나를 실천한다.
살레카나는 자이나교 신자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선택적으로 생의 말기에 단식과 명상을 행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임종 수행이다. 자이나교도들은 살레카나를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상의 죽음, 즉 웰다잉(well-dying)으로 여긴다.
이 책은 자이나교의 살레카나, 즉 자발적인 단식사(斷食死)를 중심으로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다. 살레카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에 죽음을 주체적으로 맞이하려는 의식을 강조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중요성을 일깨운다. 단순히 삶의 끝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도록 가르친다.
자이나교의 살레카나는 서구에서 안락사의 대안으로 대두되는 VSED(Voluntary Stopping Eating and Drinking, 자발적인 음식 중단)와도 비견된다. 단식이라는 임종 방법으로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점, 비폭력 자연사라는 점, 주변인들의 조력으로 진행되는 점 등이다. 최근 연구(1994~2003)에 따르면 인도에서 연평균 240명이 살레카나를 행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인의 약 80%는 존엄사가 시행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2024년에야 발의된 조력존엄사법은 복잡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웰다잉의 필수적인 선결조건은 죽음 준비(death preparation)이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더 나은 웰다잉으로 귀결될 뿐 아니라, 준비하는 죽음으로 인해 그만큼 삶의 질도 높아지므로 웰빙의 조건이기도 하다.
저자 양영순 박사는 책의 말미에서 “금욕적 수행종교의 표본인 자이나교는 삶을 온전하게 살아내고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자발적인 단식 존엄사인 살레카나를 수행해왔다”면서 “살레카나는 오늘날 어두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더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길을 걸어가도록 하는 의미 있는 지침이 될 것”(144쪽)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동국대학교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에서 HK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의 선임연구원이다. 인도 종교와 불교의 철학적 통찰들이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수행을 거치거나 적어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자이나교, 요가 명상론, 인도 의학, 죽음의 수행 등의 실천론을 연구해왔다. 특히 죽음이라는 숙제에 대해 인도종교와 철학이 어떠한 답을 모색해 왔는지 탐색해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8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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