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석 박사는 절을 살리는 대안으로 '작복불사'를 제안 했다
요즘 유행하는 AI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으로,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챗GPT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글을 작성하며, 미드저니나 DALL·E는 텍스트 설명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생성한다. 클로드와 같은 AI는 문서 요약, 번역, 코드 작성 등 다양한 작업도 수행한다. 이 기술은 교육, 예술, 마케팅, 프로그래밍 등 여러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며 일상 속에서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우리 신문사에 ‘AI시대 생활불교수행’에 관해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의 서동석 소장을 만나 AI와 불교에 관해 직접 물었다.
- 원래 에머슨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불교수행을 연구한 인연사가 궁금합니다.
저는 에머슨 연구가로서 대학에서 10년간 교수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대학에서 나와서 이러저러한 모색을 하다가, 특별한 인연으로 대상그룹의 임창욱 회장님과 불교수행을 중심으로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회장님께서 불교를 연구할 수 있는 반야연구소를 설립해주셨고, 2년 정도 전문적으로 수행을 연구했습니다.
저는 수행이 앞으로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소에서 연구한 내용을 일상의 삶 속에서 실제로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나와 수행의 원리를 활용해서 심신균형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한국체육대교에서 실제로 운영해본 결과물이 《인문학으로 풀어 쓴 건강》이란 책입니다. 그 이후에는 책을 쓰는 인연이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15권 정도의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 상당히 많은 책을 썼는데, 주로 어떤 주제에 관해 관심이 컸나요?
저는 수행의 핵심 원리가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이란 측면에서,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이 제 양대 관심사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건강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몸과 마음과 삶을 총체적으로 함양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행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또한, 수행은 모든 성인이 강조한 삶이기도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공자 노자 석가 예수를 관통하는 진리》, 《나를 찾을 결심》,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어둠을 밝히는 지혜》 등에서 수행에 관련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수행의 방법을 인간교육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적화된 심신 상태에서 학습이나 업무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관련한 책으로 《나답게 사는 법》, 《융합창의력과 인간교육》 등이 있습니다.
- AI시대에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I는 지금 인간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개발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르지 않으면, AI가 인류사회를 위협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말하자면, 인간이 만든 AI가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을 개발한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자신의 회사 딥마인드를 구글에 팔 때, 인공지능 윤리이사회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보편윤리가 없다면, AI를 활용해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딥페이크나 딥보이스 등으로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들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무서운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 말씀을 들으니, AI의 세상이 꼭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좋은 쪽으로 활용하면, 세상의 난제를 해결하고 인류의 고통을 없애는 획기적인 방법들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쪽으로 발전하면, 세상은 지옥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AI의 위험성을 방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의 의식을 높이고 윤리도덕을 함양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서양식의 윤리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서양의 윤리 관념은 어떤 제한된 경계 안에서 에티켓을 지키는 정도에 머무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AI가 촉발하고 있는 융합문명시대에 맞게, 경계를 통섭하는 본질적인 도덕을 함양해야 합니다. 본질적인 도덕은 인간성의 근원을 추구하는 수행문화를 통해 함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수행이 미래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행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기본설계도는 어느 정도 마련돼있습니다.
AI 위험성 방비 위해 인간의 의식을 높이고 윤리도덕 함양해야
‘기복’은 다른 종교와 차별성 없어…다양한 수행문화 개발 필요
사찰공간에 디지털 요소 가미하면 대중 호응도 높일 수 있어
최적의 수행콘텐츠를 세상에 보급하는 일이 마지막 소명
- 불교의 수행문화와 관련해서 많은 제안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씀 해주시면 어떨까요?
불교는 수행의 종교로서 미래종교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복신앙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복종교로는 다른 종교와 차별도 없습니다. 오히려 접근하기 불편한 요소들이 많아서 경쟁력도 떨어집니다.
다행히 AI시대 인간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인간의 잠재능력을 고도로 끌어올리는 불교의 수행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의 휴식 중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업, 공공기관 등의 대표나 임직원들을 위한 고위수행과정을 개설해서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면, 불교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AI시대에 맞게 절에 디지털 요소를 가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당 벽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절의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각종 행사에 맞는 화면을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제공한다면, 사람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요즘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라져 시끄러운데, 불교가 사회안정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종교는 기본적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 합당합니다. 다만 종교가 사회로부터 분리될 수는 없으므로, 최선의 방책은 너무 가까이 가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떨어져 있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입니다. 말하자면, 중도를 지키는 것이죠. 불교는 정치와 건전한 거리를 둘 때, 맑고 밝은 진리의 말씀으로 사회를 정화하고, 모든 생명을 포용하는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지혜와 자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따라서 불교수행은 지혜수행과 자비수행의 두 길을 동시에 가야 합니다. 절이 지혜를 밝히고 자비를 베푸는 곳으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는 없습니다.
- 전국의 사찰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종교가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시대의 연기적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지방 농촌의 붕괴가 가장 큰 위험요소입니다. 따라서 해답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절을 살리는 대안으로 작복불사(作福佛事)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사회는 종속적인 인간에서 자율적인 인간으로 대전환을 이룰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수행문화를 불교 차원에서 핵심과제로 개발해야 합니다.
농촌의 전원 지역은 인간의 생명력을 높이고,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입니다. 특히 명산에 자리 잡은 절은 생태적 환경이 매우 우수합니다. 이런 공간적 장점을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편 기대수명이 늘고 있지만,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생태적 공간과 임종을 맞이하는 태도입니다. 인생학이자 죽음학인 수행을 체득해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사찰이 웰다잉(Well-dying)의 중심 역할을 한다면, 불교는 크게 부흥할 수 있습니다.
-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최근에 사회의 혼란을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어둠을 밝히는 지혜》를 발행했습니다. 이번 책을 매개로 해서 사회를 바르게 변화시키는 데 뜻을 내는 분들을 모시고자 합니다. 특히 저는 유아교육, 노인문제 해결방안으로서 웰다잉, 그리고 지도자 인간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 가지 방향에서 사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사회의 혼란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소규모로 인간교육원을 모델링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수행문화 차원에서, 현재 〈주간불교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과, 반야연구소에서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수행의 원리와 방법》을 하나로 묶어서 내년쯤에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 책이 나오면 제 수행과정은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농촌을 살리는 차원에서 수행건강마을을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그 속에서 직접 최적화된 삶을 실험하고, 그 결과물을 수행콘텐츠로 세상에 보급하는 일이 저의 마지막 소명입니다.
대담 = 이한규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8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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