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재임 중 축석 공사·아미타전 신축 등 도량 가꿔
지역 불교사암연합회장 지내며 청소년 포교도 앞장
수행의 여정에서 만난 수불·혜담 스님은 최고의 인연
”〈보안보살장〉 가르침 실천 위해 명상 지도 나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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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중인 석련사 주지 경보 스님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도심 사찰들은 오색 연등을 경내 곳곳에 매단 채 신도 맞이에 한창이다. 도시의 화려함과 많은 신도의 내방이 주는 분주함 속에 4월도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는 법. 봄날 산사, 그리고 그곳에 사는 스님들이 그리워졌다.
서울에서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홍성군 홍성역에서 내려 내포로를 따라가다 구성북로에 이르니 도로 양옆의 벚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일행을 반겨준다. 20여 분쯤 지나 도착한 곳은 백월산 석련사(石蓮寺). 진작부터 만나고 싶었던 경보 스님의 수행처다. 한발 한발 천천히 돌계단을 올라 대웅전을 참배하니 내 마음속의 먼지가 조금은 털린 것 같았다.
절이 아담하면서 고찰의 분위기가 넘쳐난다는 첫 질문에 스님이 답했다.
“천년 고찰이지요.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는데, 백제 의자왕 때인 655년에 창건되었다는 설과 통일신라 문성왕 때 무염(無染, 801∼888)이 창건하고 절의 이름을 산혜암(山惠庵)이라고 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백월산(394m)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석련사 주소는 홍성군 구항면 구성북로160번길 76. 대한불교조계종 제 7교구본사 수덕사의 말사다. 높은 석축 위에 자리 잡은 대웅전과 절 마당에 말없이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석련사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석련사 대웅전에서 내려다보는 앞의 모습은 장관이다. 홍성의 활기찬 모습과 시야를 탁 트이게 하는 환상적인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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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련사 대웅전 |
“돌 석(石) 자에다가 연꽃 연(蓮) 자 절 사(寺) 자이니 돌에 핀 연꽃이 있는 절이란 뜻이겠지요. 여기서 연꽃은 바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저는 이해합니다. 변화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밝히는 연꽃을 닮자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경보 스님이 이곳에 부임한 때는 12년 전이다. 비가 조금만 와도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절마당이 파이고 축대가 무너지기 일쑤였다. 불사의 시작은 새로운 석축공사였다. 지금은 말끔하게 설치돼 웬만한 장맛비에도 별 탈이 없다. 이어 약사전 불사에 나서 정면 3칸 측면 1칸의 전각을 조성했다.
“주지라는 게 쉽게 말하자면 관리인이죠. 절이 천 수백 년을 이어온 것은 이 터전에서 살아온 수많은 선배 스님의 공로죠. 스님과 신도들의 간절한 원력과 불보살님들의 가피가 인연으로 만난 것이지요.”
스님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출가 이야기로 이어졌다. 절집에 들어온 지 어느새 40여 년이 흘렀다. 젊고 어린 시절에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이 가중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어느 노스님의 인도로 마음의 문을 열고 정도(正道)를 걸을 수 있게 됐다. 노스님은 바를 정(正)자를 내려주셨다. 그 글자는 그 후 경보 스님이 때때로 수행의 여정에서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좌우명이 됐다.
경보 스님은 현 수덕사 방장 달하 우송 대종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송광사, 백양사 등 여러 곳의 선방에서 참선 수행을 해왔다. 선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스승을 만났다. 안국선원의 수불 스님이다. 경보 스님은 “나의 업식, 나의 고정관념을 깨도록 이끌어주신 스승”이라며 “그 어른의 은혜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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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련사 요사채와 약사전 |
불가의 여러 인연 중 혜담 스님과의 크나큰 인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혜담 스님은 700여 년 전의 고려불화를 이 시대에 복원해 장엄한 예술성과 성보적 가치를 이어가는 국보급 불모이다. 15년 전 수덕사에서 고려화불 전시회가 있었다. 그때 혜담 스님을 처음 만났다.
“저는 아미타 부처님을 특별히 좋아해 염불선 수행도 많이 해왔죠. 그런데 그날 ‘아미타래영도’를 보니 꿈속에서 만났던 아미타 부처님 바로 그분이라는 느낌이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죠. 그날의 그 느낌은 매우 이례적이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혜담 스님의 명함을 받았다. 그 뒤 강원도 어느 행사에 갔다가 우연히 혜담 스님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어떤 생각을 내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데, ‘그게 익으면 만나는구나, 성숙해지면, 때가 되면 만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간곡히 제안을 드려서 혜담 스님과 의형제를 맺게 됐지요. 제 수행의 여정에서 지남(指南)이신 분이지요”
경보 스님은 수덕사 말사인 용봉사에서 8년여를 머물렀고, 부석사 위 조그마한 암자인 동사에서도 소임을 살았다. 그러니까 석련사는 세 번째 부임지다. 이제 주지 소임 세 만기를 마치고 6월 말에 절을 떠난다. 홍성불교사암연합회장으로 4월 26일에는 연등축제를 봉행했다.
경보 스님은 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명상 법회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5월에 한 번 더 열 계획이다. 다음 부임지는 소양강 댐이 있는 강원도 양구다. 건물 불사는 더는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거기서는 인간 불사를 해야지요. 재가불자들이 와서 마음 놓고 수련하는 도량으로 가꾸고 싶습니다. 우선 생각해 놓은 게 명상 수련입니다. 1박 2일이나 3박 4일, 또는 일주일 단위의 프로그램을 열 예정입니다.”
경보 스님은 동국대 불교대학원 선학과에서 3학기째 공부를 하고 있다. 명상 인구가 늘어만 가는 시대에 앞서서 명상 상담 공부를 꾸준히 해와 관련 자격증도 구비했다. 재가자 포교에 나서면서 스님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언어 사용 문제다.
“우리가 젊은이들 앞에서 언어를 어떻게 쓸 거냐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뭐 제행무상이네, 이런 것도 물론 중요한데 ‘무’라고 없어지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고 합니다. 그러면 잘못하면 그 ‘무공’에 빠지거든요. 허무에 빠진단 말이에요. 허무에 빠지면 아무 일도 안 하려고 그래요. 저는 그 점에 대해서 고민 중이에요.”
양구는 북한과 인접한 최전방 군사지역이다. 6·25 때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져 남북의 희생자가 많이 나온 곳이다. 그러하기에 군포교도 중요한 임무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군 법당 지원은 물론이고, 남북의 희생자들을 위해 위령제도 지내야겠지요. 국태민안 기도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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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보 스님이 가장 자주 보는 경전인 원각경 |
경보 스님이 가장 자주 보는 경전은 『원각경(圓覺經)』이다. 스님은 “내 수행의 모태(母胎)로 삼는 경전”이라고 했다. 12장으로 구성돼 깨달음과 수행, 그리고 해탈에 이르는 방법을 다양한 보살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설명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중생이 원각의 경지, 즉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보안보살장〉으로 수행자에게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길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스님은 “청정 시작해서 청정으로 끝나는 그 가르침이 나는 너무 좋다”면서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선남자여, 깨달음을 성취한 보살은 법에 얽매이지도 않고, 법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도 않으며,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하지도 않고, 열반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계행 가지는 것을 공경하지도 않고, 파계를 미워하지도 않으며, 오래 공부한 이를 소중히 여기지도 않고, 처음 공부한 이를 깔보지도 않나니, 이를테면, 안광이 앞을 비춤에 그 빛은 원만하여 사랑도 미움도 없는 것과 같으니, 그것은 광명 자체는 둘이 아니어서 사랑과 미움이 없기 때문이니라.“
경보 스님의 내면에 각인된 〈보안보살장〉의 가르침을 우리는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마음을 고요히 하고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인터뷰 내내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다. 답은 양구에서 펼쳐질 경보 스님의 명상 수련 과정에 있을 것이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8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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