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 본체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니
중도로 존재함을 이해하면 행복하다
지난번에 미진했던 불행(부처님의 행) 부분을 조금 다시 보도록 하겠다.
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법달아, 나는 모든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언제나 마음자리로 부처님의 지견을 열고 중생의 지견을 열지 않기를 항상 바라노라. 세상사람의 마음이 삿되면 어리석고 미혹하여 악을 지어 스스로 중생의 지견을 열고, 세상 사람의 마음이 발라서 지혜를 일으켜 관조하면 스스로 부처님 지견을 여나니, 중생의 지견을 열지 말고 부처님의 지견을 열면 곧 세상에 나오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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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우 스님 |
이것이 법화경의 일승법이니, 이를 마음으로 행하면 법화경을 굴리고 마음으로 행하지 않으면 법화경에 굴리게 되나니, 마음이 바르면 법화경을 굴리고 마음이 삿되면 법화경에 굴리게 되느니라. 부처님의 지견을 열면 법화경을 굴리고, 중생의 지견을 열면 법화경에 굴리게 되느니라.”
견성을 못하면 밖의 대상으로부터 끄달리게 되고, 그로부터 괴로움을 받는다. 이 때문에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견성해야 하는 것이다. 견성을 못하면 내가 있다는 생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대상이 항상 나를 괴롭힌다.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 견성해야한다. 견성하여 우리가 중도로서 존재하고, 중도로서 살며, 중도로 이해하게 되면 생활이 편안하게 된다. 내가 중도로 존재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법화경은 불지견연 일승법이니
마음으로 행하면 경을 굴리고
행하지 않으면 경에 굴리게 된다
어디를 가든 몸이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마음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정말 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는 것인지, 마음은 가기 싫은데 어쩔수 없이 가는 것인지는 다른 것이다. 나는 불교를 공부하면서 남을 비판하지 않는 것을 배웠다. 비판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살게됐다. 내가 주인으로 살게된 것이다.
이것은 나만 생각하며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사는 삶을 의미한다. 이분법적 사고를 안하는 것이 주인으로 사는 것이다. 수처작주는 바로 어디에 머물든 항상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주인이 되지 못하고 종이되어 끄달리고 산다면 그보다 불행한 일이 없다.
사람이 이분법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삿되고, 어리석고, 미혹하여 악을 짓고 중생지견을 열게 되는 것이다. 견성이란 모든 것이 존재원리가 중도라는 것을 깨닫고 이분법적 사고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를 구름이 걷히면 해가 나타나는 것에 비유해 말하기도 한다. 화두를 드는 것은 해가 떠오르는 것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리석은 사람을 교화하고자 할 때는 방편이 있어야 한다. 중도적인 마음에서 어떻게 해야 가중 좋게 교화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의 행을 생각해 볼 때 첫째는 고요히 있을 때나 움직일 때나 항상 생각을 놓지 않는 동정일여에 이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이분법적 사고가 차츰 옅어지게 된다.
둘째로 꿈속이나 잠재의식에서도 화두가 여일하게 되는 몽중일여가 되면 이분법적 사고는 고요히 가라앉아 이분법적 사고를 하느니 안하느니 하는 생각에서 떠나버린다.
셋째 깊은 잠에 빠져서도 생각이 여일한 숙면일여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드러났던 무의식에서조차 이분법적 사고를 가라앉혀 이분법적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상대가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돼 존경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주인이 되어 열심히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인정하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같을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 참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일단 이론적으로 참선을 공부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면 참선을 체험하는 길로 나서는 것이다.
참청(예배하고 법을 물음)
지상스님이 사승법의 뜻을 물었다.
혜능대사는 “너는 자신의 마음으로 보고 바깥 법의 모양에 집착하지 말라. 보고 듣는 것은 소승이요, 깨쳐 뜻을 아는 것은 중승이요, 수행함은 대승이요, 다통달해도 얻는 바가 없는 것이 최상승이니라.”라고 말했다.
신회스님이 묻기를 좌선하면서 봅니까 보지 않습니까.
혜능대사가 세차례 때리며 “아프냐, 아프지 않느냐.”
이에 “아프기도, 아프지 않기도 하다”고 하자 대사는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다는 것은 나의 허물을 보는 것이요, 보지 않는 것은 사람의 허물과 죄를 보지 않는 것이라 했다.
대사가 본다고 하고, 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양변을 말하는 것이니 양변을 떠난 경계에서 머물러야 한다. 우리는 종으로 살아가지 말고 주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대사는 마음이 미혹하여 보지 못하면 선지식에게 물어서 길을 찾으리고 가르쳤다.
대법(상대 법)
대사가 문인 10명을 불러 말하길 너희는 나중에 각각 한곳의 어른이 될 것이라고 하며 법을 설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것이 나오고 들어감에 곧 양변을 여의도록 하라고 가르쳤다.
대사가 법 설하는 법을 가르쳤다
불법을 묻거든 쌍으로 대답하라
이어 두법 없애 가는 곳 없게하라
“모든 법을 설하되 성품과 모양을 떠나지 말라. 만약 사람들이 법을 묻거든 말을 다 쌍으로 해서 모두 대법을 취하여라. 가고 오는 것이 서로 인연하여 구경에는 두가지 법을 다 없애고 다시 가는 곳마저 없게 하라.”
바깥 경계인 무정에 다섯 대법이 있는데, 하늘과 땅이 상대요, 해와 달이 상대요, 어둠과 밝음이 상대며, 음과 양이 상대며, 물과 불이 상대이다. 법과 형상의 대법에는 열두가지가 있고, 자성이 일으켜 작용하는 대법에 열 아홉가지가 있다. 그 하나가 삿됨과 바름이니 옳고 그름으로 다투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로 다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자성에 대해서 공을 말하나 바른 말로 말하면 본래의 성품은 공하지 않으니 미혹하여 스스로 현혹됨은 말들이 삿된 까닭이니라.”
열명의 스님들이 가르침을 받아 마치고 단경을 베껴 써서 대대로 널리 퍼지게 하니, 얻은 이는 반드시 자성을 볼 것이다. 보통 말하기를 깨달은 사람을 견성도인이라고 하는 것은 자성을 본것이고, 이분법적 사고를 여읜 것이고, 중도를 깨달은 것이다.
죄를 사하게 해달라고 할 때 죄를 가져오라고 하는 것이나, 마음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할 때 그 마음 가져오라고 하는 것이 모두 이것이다.
진가(참됨과 거짓)
선천(713년) 이년 팔월 삼일에 대사가 돌아가셨다. 칠월 팔일에 문인들을 불러 고별하시고 선천원년에 국은사에 탑을 만들고 선천 이년 칠월에 이르러 작별을 고했다.
이에 신회만이 울지 않으니 육조스님이 “어린 신회는 도리어 평등함을 얻어 움직이지 않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구나”라고 했다.
국은사에서 돌아가셨으나 향을 피웠을 때 연기가 남화사를 향하여 남화사에서 장사지냈다.
대사가 말하길 “너희들이 슬피 우는 것은 곧 나의 가는 곳을 몰라서이다. 만약 가는 곳을 안다면 곧 슬피 울지 않으리라. 자성의 본체는 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며 감도 없고 옴도 없느니라.”라고 말했다.
자성은 보는 겁니까? 보이기나 하는 겁니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자성은 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는 것이다. 자성의 본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죽는다고 슬퍼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알면 죽는데 대해 근심하고 걱정하는 작용이 일어나더라도 근심하고 걱정할 것없이 그 작용을 지켜보게 된다.
육조대사가 이해 못하는 제자들에게 한게송을 말하니 그것이 진가동정게이다. 진가동정게는 진짜 가짜, 작용하고 작용하지 않는 게송을 말하는데 이게송을 외워 뜻을 알면 나와 더불어 같아지니 이 게송에 의지하여 수행하라고 말했다.
모든 것은 진실이 없나니 진실을 보려고 하지 말라. 모든 것은 생멸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부서지고 없어진다. 이는 진실이 없는 것이니 진실을 보려하지 말라. 만약 진실을 본다해도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은 아니다. 자기에게 진실이 있다면 거짓을 떠나는 것이 곧 마음의 진실이다. 자기 마음이 거짓을 여의지 않으면 진실이 없는 것이니 어느곳에 진실이 있겠는가. 마음에 있다 없다는 이분법적 마음을 여의지 않으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이분법적 마음을 여읜 마음, 중도가 진실이다.
유정은 움직일 줄 알고, 무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 움직이지 않는 행을 닦는다면 이는 무정의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 참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본다면 움직이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있음을 보아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를 여읜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진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중도이다. 대사가 말하기를 “모든 도를 배우는이는 힘써 대승의 문에서 생사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정리=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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