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앞을 송해길이라 부른다. 이곳은 지난해 타계한 원로 코미디언 송해 선생이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던 주 무대이다. 이 거리 사람들은 송해 선생을 추억하며 지금도 생업을 이어 간다.
이곳에는 또 다른 터줏대감이 있다. 지난 35년을 한자리를 지키며 3,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불교 범음. 범패 교육을 담당한 ‘해동불교범음대학’이다.
해동불교범음대학을 설립하고 한국 전통의 불교 의식을 교육한 선구자는 바로 태고종 원로회의 부의장 대은 스님이다. 주간불교신문 승가열전은 스님의 수행과 교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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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전통불교의식 교육과 전수에 매진하는 해동불교범음대학 학장 대은 스님 |
동진출가, 불교의식과의 만남
대은 스님은 19살 되던해인 1961년 인천 용은사 해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시리도록 춥고 배고픈 행자생활을 이겨내고 선암사에서 승려로서의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했다. 출가해 보니 절집 생활의 반은 불교 의식을 집전하는 일이었다. 스님의 하루는 도량석을 시작으로 새벽예불, 사시불공, 저녁예불로 이어지는 생활이었다. 간간히 망지들을 위한 49재와 천도재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불교의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출가한지 10여년이 지나 은사이신 해운 스님으로부터 본격적인 사사를 받았다. 이후 스님은 당대 최고의 어산 어장인 송암 큰스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스님은 송암 스님이 평창동에 설립한 효동범음대학 교학처장을 역임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스님은 더 많은 스님들에게 범음, 범패를 전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해동불교대학’을 설립하고 1991년 현재의 교사로 이전했다.
해동불교범음대학에서 부처님의 말씀과 몸짓을 전하다.
종로3가에 들어선 해동불교범음대학은 불교의식과, 법사과, 삼장법사과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전통불교의식교육에 들어갔다. 주명철, 김경집, 최종남 교수 등 쟁쟁한 불교학자들과 대은 스님이 강의를 담당했다.
불교의식과의 교재로 쓰이는 ‘석문의식’은 대은 스님이 1992년 직접 편찬하고, 스승이신 송암스님의 머리말과 강석주 스님의 휘호로 만들어져 현재까지 교재로 쓰이고 있다.
불교의식과는 기본과정, 작법과정, 신행과정으로 나누어지고, 스님들이 다루어야 하는 사물부터 도량석, 아침종송, 예경, 사시공양, 삼보통청, 화엄시식, 49재 등 각종 불공의식과 법회절차를 전수한다. 전통불교의식인 범음(염불소리)와 범패(바라춤, 나비춤)을 체계적이고 실수 위주의 교육을 진행한다.
오늘날의 불교의식은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기전에 묘음보살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감로의 법문을 받는 장면이 바로 의식의 효시이다. 중국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아들 조자건이 스님들이 행하는 범음, 범패를 보고 마치 호수에서 물고기가 뛰어노는 모습이라 칭하며 그때부터 의식에 뛰어난 스님을 어산어장(魚山 魚丈)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기 800년초 하동 옥천사(지금의 쌍계사)에서 진감 국사가 범음,범패를 가르친 기록이 남아있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이 불교 의식도 시대의 환경과 문화에 따라 변천했다. 지금의 의식은 구한말 정립된 것을 바탕으로 설행한다.
영산회상을 재현하는 ‘영산재’와 팔관재
대은 스님은 전통불교의식의 정수인 ‘영산재(靈山齋)’는 부처님이 인도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영산재는 불교의 철학적이며 영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법회에 동참한 대중들은 스스로를 수행 정진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영산재는 20종의 전통악기가 동원되어 하늘과 땅의 영가(靈駕)와 모든 성인(聖人)을 맞아들이는 의식에서 시작하여 부처의 영적 세계의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봉송(奉送) 의례로 마무리 되며, 봉송 의례에는 노래, 의식적 장식, 바라춤, 법고춤, 나비춤과 같은 불교 의식 무용이 거행된다고 설명했다. 이 의례에는 또한 정제의식, 차례, 부처와 보살들에게 식사를 공양하는 것, 참석자들이 진리의 문에 들도록 하는 법문, 죽은 자가 극락에 들도록 하는 시식(施食)이 포함되어 있다. 전과정을 설행하며 보통 3일은 걸리지만 요즘은 축약해서 하루에 모든 의식을 봉행한다.
태고종에 의하여 주로 보존되어 온 영산재는 전국사찰에서 열린다. 영산재는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부처, 불법을 깨닫고 불법승 삼보를 호지하여 진리의 세계에 들도록 하는 것을 돕고 있다. 이 의례는 가치와 예술적 형태를 전승하고 참선, 수행 및 깨달음에 있어서 중요한 장이 l있다. 해동불교범음대학에서도 영산재의 모든과정을 철저히 실수 위주로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대은 스님은 사단법인 팔관재 보존회 이사장으로 지난 19년간 팔관재 보존을 위해 매년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팔관재는 우리 민족의 고유 민속신앙과 불교의 팔관재계가 습합된 신라와 고려시대에 국가적으로 행하던 불교행사이다. 팔관재계의 ‘관’은 금한다는 뜻으로 여덟 가지 죄를 금하고 막아서 범하지 않음이고, ‘재’는 하루 오전 중에 한 끼 먹고 오후에는 먹고 마시지 않으며 마음의 부정을 맑게 하는 의식이며, ‘계’는 몸으로 짓는 허물과 그릇됨을 금하여 방지하는 것이다. 팔관회는 전국가적으로 단일화된 종교의식을 개최함으로써 중앙집권체제와 민족적 통합을 더욱 굳건히 하는 국가행사였다. 점차 도참사상과 조상제 같은 민속신앙적 요소를 가미하여 민족적·호국적 연중행사로 발전했다. 스님은 면면히 내려온 팔관재의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전국 사찰을 돌며 의식을 설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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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이 남아 있는 동안은 수핸과 정진을 멈추지 않겠다는 대은 스님 |
힘이 남아있는 동안 부지런히 불법의 전하라.
대은스님은 부처님의 진리를 전하기 위해 법보시 ‘생활속의 불교’를 발간했다. 전국의 군부대, 복지시설, 교정시설 등에 무상으로 전해지는 소책자이다. 스님은 이책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통해 불교를 생활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모든 중생들이 미망에 빠져 고해의 바다를 헤메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한다.
대은 스님은 스승이신 송암 스님께서 해동불교범음대학을 개교할 때 하신 말씀을 지금도 되새기고 있다. “힘이 남아있는 동안은 범음. 범패와 불법을 전하는데 매진하라”는 가르침이다. 스님은 스승의 가르침을 오늘도 실행하기 위해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스님은 새벽 도량석을 시작으로 혼신을 다해 부처님을 공양 하며 살고 있다.
대은 스님은 1943년 인천에서 출생해 1961년 용운사에서 해운화상을 은사로 득도한 후 봉국사.용운사.관음사. 용천사 등 제방사찰에서 수행 정진하며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무형문화재 50호 박송암, 장벽응스님께 범음· 범패(영산재 이수)를 사사했다. 법무부 인천구치소 종교위원, 인천시정 자문위원, 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태국 프린스 송클라 대학교 객원교수, 한. 스리랑카 불교문화교류협회 사무총장, 한국·몽골불교문화협회 회장 등을 통한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최고 전통의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부장, 종무원장협의회 회장, 중앙종회 부의장, 한불여행사 대표이사, 효동범음대학 교수와 교무처장, 해동불교대학 교육원장, 태고종립 동방불교대학 교수와 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태고종 원로회의 부의장, 해동불교범음대학 교수와 학장으로 후학을 지도하며 월간지 ‘생활속의 불교’를 발행하는 등 생활 속에서 대승의 보살도를 실천하고 있다.
종로=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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