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는 불교에서 여자 승려를 부르는 말이다. 산스크리트어의 '걸식하는 여성'이라는 뜻인 비끄슈니(bhiksuni)·빅쿠니(bhikkhuni)를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 남자 승려를 뜻하는 비구에 여성 접미사 니(尼)가 붙은 단어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비구니를 줄여서 니(尼)라고도 한다.
최초의 비구니는 석가모니를 양육한 이모인 마하파자파티이다. 석가모니의 아버지 정반왕이 사후에 마하파자파티는 부처님께 자신도 출가하게 해달라고 3번 호소했으나 거절했다. 당시 인도 사회는 여성이 수행자로 살아가는 환경이 너무도 열악했던 탓이다. 부처님의 제자 아난다가 부처님께 "이 길을 따르면 여성도 깨달을 수 있습니까?" 하고 묻자, 석가모니는 그렇다고 답하였다. 아난다가 마하파자파티가 석가모니를 키웠던 인연을 들며 다시금 출가를 허락해 달라고 간청하자, 석가모니는 오래 고민한 후 출가를 허락했다.
비구니는 석가모니 사후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소위 팔경법이라 불리는 비구니 차별을 들어 비구들로부터 많은 차별을 받았다. 그러나 마하파자파티 출가후 사카족 여인들의 출가가 이어져 비구니 승단으로서 면모를 구축한다.
비구니 승단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 후반부터 시작된다. 불교 교단이 확립되고 아소카왕이 후원하면서 널리 전파되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비구니 교단이 번성하여 여러 다양한 계층 여자들이 출가했다. 상좌부 불교에 전하는 게송집인 테리가타(Therigata)에 의하면 많은 뛰어난 비구니들이 자신들의 영적 자유를 찬탄했다.
아소카 왕부터 기원후 250년 무렵까지, 남쪽에 사타바하나 왕조, 북쪽에 쿠샨 왕조가 있었다. 이 시기는 인도 전역에 불교 교단이 있던 시기로 비구니 승단도 많았다. 당시 세워진 비문들이 비구니 승단의 번성을 뒷받침한다.
3세기 이후로, 인도에서 비구니 승단은 점차 축소되었다. 비구니뿐만 아니라 이 시기는 인도 불교 교단이 전체적으로 점차 쇠퇴했다. 이 무렵 비구니에 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단지 비문 몇 개만 있을 뿐이다. 의정(義淨)의 기록에 의하면 비구니들은 사찰 밖에 다닐 때 두명씩 짝을 지어 다니고, 재가신도 집을 방문할 때는 4명씩 다니는 엄격한 생활을 했다. 비구니는 걸식하고 탁발하면서 몹시 가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였고, 사찰에서 특별한 공양을 받지도 못했다. 남자 승단에 비해 시주가 적어 경제적인 상당히 어려웠다.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한국의 불교에서 최초의 비구니는 신라 불교를 공인한 법흥왕의 왕비이다. 해동고승전에 따르면 법흥왕은 이차돈의 순교를 통해 불교를 공인하고 불법을 통치 이념으로 삼아 불교를 널리 홍포했다. 말년에는 흥륜사를 창건하고 왕위를 내려놓고 출가했다. 그리고 법흥왕의 비는 흥륜사 맞은 편에 영흥사를 세우고 함께 출가해 비구니가 되었으며, 법명을 묘법(妙法)이라 했다. 묘법은 공식적으로 최초의 비구니가 됐다.
신라에서는 이후로도 왕비와 귀족 집안의 여인네들이 출가해 비구니가 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법흥왕과 진흥왕이 대를 이어 출가했고, 왕비들 역시 대를 이어 비구니가 되었으며 영흥사에서 살다가 생을 마쳤다.
또한 『삼국사기열전』에는 김유신의 부인이 출가했다는 기록으로 “지소(智炤)부인은 태종 대왕의 셋째 딸이다. 나중에 지소 부인은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어 비구니가 되었다”며 김유신 부인의 비구니가 됐다고 전한다.
고려 태조 왕건의 다른 부인들 가운데 자매지간인 대서원부인(大西院夫人)과 소서원부인(小西院夫人)이 서경에 대서원과 소서원의 두 사찰을 지어 이들을 거처하게 했으며두 사람이 기록에 나타난 고려 최초의 비구니이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말에는 지공(指空), 나옹(懶翁), 보우(普愚) 등 당대를 대표했던 선사들의 비문에는 문도의 자격으로 비구와 함께 비구니가 따로 기록돼 있으며 그 수 또한 적지 않아 비구니의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태조 이성계의 딸이 처음으로 출가한다. 이성계가 정권을 잡은 후 7년째 들어 세자책봉 문제로 왕자의 난이 일어나면서 이성계의 비 강(姜)씨 소생들이 모두 죽게 되었을 때, 이성계는 강씨 소생인 경순 공주에게 청룡사로 출가할 것을 권했다. 경순 공주는 청룡사에서 무학대사에게 수계를 받고 출가함으로써 조선 개국 후 기록에 등장하는 첫 번째 비구니가 된다.
이런 한국의 비구니 역사는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일엽 스님, 봉려관 스님을 비롯해 은영 스님, 인홍 스님, 광우 스님, 대행 스님 등 뛰어난 선서들이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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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불교비구니진흥회 총재 일경 스님 |
지금은 비구니에 대한 많은 차별이 사문화되었지만 이를 위해 끝없는 도전과 지위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평생 여인의 몸으로 비구니로 수행하며 한국 승가에서 비구니 지위향상을 위해 정진하는 대한불교비구니진흥회 총재 일경 스님이 있다.
일경 스님은 지난 2006년 10월 전국의 비구니들을 한자리에 모아 ‘대한불교비구니진흥회’를 설립했다. 스님은 “휼륭한 비구니 스님들이 많은데 아직은 제대로된 대접을 못받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과 정진을돕고 최소한의 사회복지 제도를 구축하기위해 노력하겠다”며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일경 스님은 비구니 권익 향상을 위한 대 사회적 운동과 더불어 많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제5공화국 시절 정권의 폭압으로 고통을 격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위한 삼청교육대 인권유린 진상규명위원으로 많은 피해자들을 정신적 안정을 찾고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했다.
스님은 출가자의 단 한가지 서원은 성불하는 것입니다며 부처가 되기 위해 삭발 염의를 입었다고 한다. 여인의 몸으로 성불을 할 수 없다면 부처님이 걸으신 길이라도 따라 걷고 싶었다. 18세 되던 해 고향인 경남 의령군 운암사에서 보살계를 받았다. 연비를 하신 은사 스님이 "네가 지금 출가하면 부처님 말만 외우고, 한국 불교계에서 너 자신을 잃게 된다. 스님의 마음을 가지고 속세에서 공부를 더 하고 오라"며 세상으로 내보낸다.
이런 저런 세상의 아픔과 기쁨, 삶의 수레를 온몸으로 느낀 스님은 수덕사 법장스님에게서 사미니계를, 통도사 청하스님에게서 비구니계 받고 본격적인 수행자의 길로 들어섰다.
일경스님은 수덕사 법장스님으로부터 건당할 것을 제의받고 삼현문중인 법희선사의 상좌인 당진 성당사 주지스님의 상좌로 건당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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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불을 위한 출가자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부처님전 헌향하는 일경 스님 |
그러나 일경 스님은 수행자가 종단과 문중의 옷을 벗지 못하면 진정한 수행자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봉착한다. 그때 스님은 가장 자유로운 수행자가 되기 위해 문중이라
는 인연마저도 놓아 버리고 세상을 향해 만행을 떠난다.
일경 스님은 고무신 두 켤레를 걸망에 지고 허리 잘린 한반도 최북단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제주도 한라산 관음사까지 전국의 400여 사찰에서 자신을 이어온 수많은 인연을 살피고 진정한 진리의 문을 열기 위해 기도 정진했다.
스님은 만행을 통해 진정한 수행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근원적인 본분임을 깨닫고, 부처님의 진리를 바탕으로 중생 구제를 위해 저자 거리로 나온다. 같이 호흡하고 같이 생각하고, 같이 생활해야 중생들의 고난을 가까이에서 부처님의 법으로 건져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일경 스님은 중생들의 삶의 고난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삼독 탐, 진, 치를 벗어나지 못해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중 삼독의 시작인 욕심을 제거하는 방편을 자세히 가르친다. 욕심이 일어날 때 스스로를 잘 살피고 화의 근원을 찾아 들어가면 지금의 내가 일으키는 생각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한 인간으로 부모의 몸을 빌어 태어나기 까지 이어온 수 많은 인연들과 맺어던 연기를 정확히 찾아서 내려 놓으라 한다. 하나씩 둘씩 놓아버리는 연습을 통해 진정한 불성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고난은 한 순간 연기처럼 사라진다며 작은 것부터 버리라 설법한다.
일 경 스님은 역대 대동령의 예언자로도 이미 유명하다. 스님은 삼청교육대 인권유리 진상규명위원, 국민연대 불교분과 인권윤리위원장, 대한민국원로회 공동운영 불교위원장, 대한민국 리더스 포럼 배려와 섬김 인권위원장 홍보대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장례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사)대한불교전국비구니진흥회 총재, 불교연화조계종 종정, 총무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또한 UN 제5사무국 한반도 설치위원회평화대상, 통일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일경 스님은 전 세계 비구니들의 수행 연합체인 ‘세계비구니법황청’을 설립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촌 각지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수행 정진 중인 비구니들을 한자리에 모아 각자의 수행 방식을 교류하고 진정한 불성에 이르는 공동체를 설립하는 대원을 세우고 있다.
스님은 자신을 버리는 사람만이 진정한 보리도를 이룬다며 오늘도 출가자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부처님 전 향을 사르고 청정한 음성으로 염불 정진 중이다.
삼광사=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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