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지금부터 여야는 물론 온 국민이 합심해서 하루속히 국정을 안정시키고 대외 신인도를 올려 경제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참담한 사태가 일어났을까? 필자가 지난 연재에서 잘못된 선거제도와 지역감정이 훌륭한 지도자의 선출을 방해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품질도 개선하자고 주장했다. 오늘은 그런 기본적인 문제점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서 나타난 특별한 문제점을 하나 지적하려고 한다.
여러 뉴스를 종합해보면 대통령 부부와 그들 측근에는 항상 무속에 심취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통령 주변에서 조언하는 외부 사람들을 비롯해서 총리의 부인뿐만 아니라 계엄령을 기획한 전직 군 장성도 무속에 심취된 사람이었고, 대통령실 안에도 역술인이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유가 겉으로 보면 대통령 부부의 무속 취향 때문이지만 속으로 들여다보면 종교계의 직무 유기가 중대한 원인이라고 보인다. 손바닥에 임금 왕자를 부적처럼 쓰고 나온 대통령 후보를 종교 단체들이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옹호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필자는 종교와 무속 중에서 누가 옳고 그르냐를 논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국가 발전에 누가 도움이 되느냐만 간략히 논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속과 종교의 주요한 차이점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 무속은 현세의 구복에 치중하고 종교는 내세의 평안에 치중한다. 그래서 내세에 치중하는 종교의 효력은 직접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현세에 치중하는 무속의 효력은 쉽게 확인이 된다. 무속이 행하는 운명 예측은 과학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수가 좋으면 몇 번은 맞힐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결국 망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대중의 마음을 다스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종교와 무속은 서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무속의 횡행을 방치하는 것은 엄청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만족했다면 지금은 여유롭고 평화롭게 여행이나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됐어도 그의 주장대로 상식과 정의만 실천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윤석열 부부의 장기 집권 욕심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에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면 정치는 매우 쉽다. 현직 대통령은 그저 성실히 일만 하면 된다. 그런데 차기 대통령을 자기 측근으로 만들려고 생각하면 온통 그 일에 매달리면서 자기 사람들을 요소요소에 심으려는 일에 집중하고 나라 일은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부부가 바로 그런 일에 집중하다보니 여당의 대표를 수시로 바꾸면서 드디어 자기 심복이라고 생각했던 한동훈마저 바꾸려다가 정국의 혼란이 발생하고 탄핵소추마저 당한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김건희 여사가 차기 대통령을 꿈꾸면서 여당 대표를 자기 사람으로 심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겠지만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건희 여사가 존경하는 천공 스승이 올해에 남북통일이 된다고 예언했고 그러면 그 기운이 김건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김건희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꿈을 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계엄을 장기 집권의 수단으로 실시하다가 실패했지만 대통령직 사임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여러 무속인들이 조금만 버티면 모든 것이 수습되고 다시 권력을 찾을 것이라고 예언했고 윤석열 부부는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부부는 상식에 위배되는 터무니없는 짓을 하면서 버티다가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을 기회도 놓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만일 명태균 사건만 터지지 않았다면 계엄은 조금 더 천천히 시행했을 것이다. 이재명이 외친 소위 ‘이채양명주’ 사건으로 입장이 난처한데 명태균 사건마저 터지자 어쩔 수 없이 계엄을 조기에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성급하게 시행하느라고 계획이 치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령관 이하의 군 장교와 병사들이 계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엄에 실패했지만 그것이 우리 국민에게는 참으로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개인적으로는 한동훈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동훈과 그의 측근들이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대통령이 탄핵의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해서 한동훈에게 감사드린다. 윤석열은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믿고 버티지만 무속인들의 예언을 믿고 저지른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 무속의 말로는 언제나 비극으로 끝났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여당은 윤석열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탄핵을 지연시키면서 그 동안에 이재명의 피선거권이 박탈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여당과 윤석열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여당이 윤석열의 탄핵을 방해 혹은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당뿐만 아니라 내각과 비서실 그리고 경호처도 모두 계엄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윤석열의 체포를 방해한 것이다. 그들이 진실을 덮으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수를 참회하면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한다면 선처될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음에 매우 유감스럽다. 한동훈도 탄핵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정국을 빠르게 수습했더라면 당 대표를 유지하면서 차기 대권에 유력하게 다가갈 수도 있었을 것인데 우왕좌왕 눈치를 보다가 대표직에서 쫓겨나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윤석열 부부는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기 위해서 계엄을 기획했다. 김건희는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모두 자신의 라인을 배치해서 실권을 장악하고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석열 부부가 상식에 어긋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는 이유는 무속에 의지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그동안 무당들의 조언에 따라서 행동해왔고 대부분 성공했으므로 계엄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치밀한 계획도 없이 시행한 것이다. 무당들이 국가 권력에 개입하는 것을 방치해서 온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것에 대해서 여당과 보수파는 물론 종교계도 크게 책임을 느끼고 반성해야 한다.
배길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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