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은 자신의 몸과 마음과 삶을 스스로 주관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스스로 운명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수행은 진정한 자립(自立)을 이루는 필수적인 활동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주장한 작복불사(作福佛事)의 근본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AI시대는 모든 정보를 연결해서 새로운 융합문명을 만드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정보의 융합은 수행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행에는 특별한 교외별전(敎外別傳)의 비법이 있는 것처럼 인식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수행은 지극히 일상적인 도리를 삶속에 구현하는 일이다. 특수한 수행법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심사는 진리를 왜곡하게 된다. 사람들의 그릇된 의식과 태도가 작게는 개인의 수행을 망칠 뿐만 아니라, 크게는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실 지금은 모든 수행법과 진리의 말씀이 다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전체를 하나로 꿸 수 있는 중도의 도리를 세상 사람들이 아직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자기식으로 분별하고 이익을 사유(私有)하는 의식이 수행문화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처님은 중생의 근거에 맞게 진리를 설하고, 진리에 이르는 수행의 방법을 전했다. 상황에 맞게 수많은 설법을 했지만, 부처님의 말씀 속에는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중도의 이치가 있다. 그러나 후대에 갈수록 수행법이 분화되면서, 중도의 이치는 약화되고 차별적인 수행법이 득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상의 삶은 뒷전이 되고, 특별한 공간에서 특별한 수행을 하는 것이 진리에 이르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수행자들이 예전보다 숫자는 많아졌지만, 도(道)를 증득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위 도인(道人)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말은 거창한데 그들의 삶은 도리에 어긋나는 점들이 많다. 진실한 삶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진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혹세무민은 진리의 왜곡과 특별한 것을 동경하는 일반 사람들의 심사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진리는 수행법의 차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회악은 결국 무명(無明)이 만든 것이다.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으로 대표되는 무명은 인간을 망치는 주범이다. 광명(光明)을 회복하는 수행은 삼독의 도둑들을 잡는 일이다. 가만히 앉아서 삼독을 제거할 수는 없다. 삶속에서 우리 스스로 진실하게 사는 습성이 배일 때, 삼독은 자연스럽게 물러난다. 진실한 마음이 없이 특정한 수행법에 집착하면, 그 방법이 또 다른 경계를 이루고 수행자를 구속하기 마련이다.
수행의 핵심은 우리의 삶속에 있다. 따라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자체가 맑고 밝아질 때, 생활수행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나는 여러 글에서 AI시대는 수행의 시대라고 말했다. AI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종교의 통섭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때 수행문화가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문명의 큰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이 그때다. 나는 종교의 통섭에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여러 책을 냈고, 이번 달 3월 후반에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어둠을 밝히는 지혜》를 출간한다.
이 책은 그동안 연구한 수행을 초종교적인 차원에서 결산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도덕적인 삶이 가장 경제적인 삶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류역사를 보면, 개인은 물론이고 거대한 제국도 결국 도덕의식이 사라지면서 몰락했다. AI시대는 윤리도덕과 실용주의가 하나로 결합해야만, 인류사회가 존속 가능하다. 비도덕성이 개인과 사회를 어둡게 하면, AI는 인류의 파멸을 앞당기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변혁시대의 바른 도리〉, 제2부는 〈AI시대는 수행의 시대〉, 그리고 제3부는 〈생명순환의 원리와 수행〉이다. 1, 2부는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 신문인 〈비즈체크〉에 실린 칼럼을 수정 보완해서 새롭게 엮었다. 3부는 내가 수행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반야연구소에서 제출한 연구보고서 중의 하나인, 〈수행의 원리를 이용한 건강법〉에 실린 일부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지금 주간불교신문사에 연재하고 있는 〈AI시대 생활불교수행〉에 관한 글들은, 다음 기회에 반야연구소의 또 다른 연구보고서인 〈수행의 원리와 방법〉과 함께 묶어서, 출간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수행을 통해서 삶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길 소망한다. 사람들의 각성을 위해서는, 뜻을 모으는 특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 이 목적을 위해서, 나는 초종교차원의 인간교육원과 더불어 수행을 체득하는 수행문화원을 추진하고자 한다. 물론 기존의 수행 프로그램과 교육 장소는 많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인간교육과 수행에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공간 시스템과 콘텐츠가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작은 공간에서 모델링을 할 계획이다.
사회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수행과 인간교육 과정을 함께 연계해서 진행한다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더불어 검증된 수행과 인간교육의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각 계층의 인재들을 통해 보급하면, 빠른 시간 안에 바른 정신문화가 세상에 전파될 수 있다.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활문화산업이 연관되어 있다. 수행과 인간교육의 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바른 먹거리사업의 아이템들이 창출될 수 있다. 사회의 혼란을 근본적으로 보면, 모든 갈등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체제를 잘못 건드리면, 더욱 큰 혼란만 생길 뿐이다.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곳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그것이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을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조화롭게 해결되면, 사회의 혼란은 사라지게 된다. 이번 책에는 수행문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제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다른 책에서도 밝힌 내용도 있지만,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수행은 미래 첨단사업의 핵심가치다. 사회 지도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수행문화를 정책수립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
무엇보다 《어둠을 밝히는 지혜》는 경계를 넘어 모든 종교를 회통시키고 있다. 종교가 회통되면, 성인(聖人)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한 진리는 밝게 드러나게 된다. 진리는 불교라는 형식에 있지 않고, 진실한 삶에 있다. 《금강경》에서 볼 수 있듯이, 부처님의 말씀은 불교의 경계를 넘어가는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이 점에서, 나는 불교가 미래의 종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 가능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참담하다. 아직도 우리 불교는 수행종교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기복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무속신앙을 부인하지 않는다. 무속은 그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다. 다만 기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경쟁력이 별로 없다. 형식은 너무 복잡하고, 내용도 난해하다. 그저 믿고 빌면, 복을 받는 시스템이 갖는 중대한 문제는 무엇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반하고 있는 점이다. 불교가 무속과 다른 점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데 있다.
불교가 미래종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이미 생활불교수행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중요한 것은 불교를 쉽게 정리하고, 생활문화로 녹여내는 일이다. 이 점에서, 한문 경전, 빨리어 경전 등을 우리말 경전으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그 핵심을 콘텐츠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 팔만사천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도(中道)다. 중도의 지혜를 익히고 일상의 수행을 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편 AI가 촉발하고 있는 문명의 융합은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융합의 과정에는 커다란 변화의 위기가 동반된다. 위기 시에는 여러 가지 갈등요인들이 드러나게 된다. 무엇보다 산업문명의 물질적 가치들과 원칙들에 근거한 사회체계가 소통을 막고 있는 가장 큰 갈등요소다. 기존의 가치체계가 사회를 정체시키면, 사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계 맺고 변화하는 우주에는 고정된 물리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인간은 변해야 살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설파했다. 수행의 핵심을 한마디로 하면 무아다. “내가 없다.”는 말 속에는 대자유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집착된 물질적 관념의 나를 버림으로써 모든 곳에서 자유로운 영원한 진아(眞我)를 누릴 수 있다.
《어둠을 밝히는 지혜》와 앞으로 출간될 생활수행 관련 책을 통해, 나는 인재를 구하고자 한다. 바른 뜻을 지닌 인재가 모여 세상의 무명을 밝힌다면, 세상은 바른 방향으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인재교육에 우리 사회의 명운이 달려있다. 불교의 미래도 결국 인재불사의 성패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불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앞날을 위해서, 뜻 있는 분들이 나서야 할 때다.
*수행문화, 인간교육 특강/컨설팅
문의(eastosuh@daum.net)
■서동석 박사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8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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