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탄핵됐다. 다음 정권에서는 어지러운 국제정세에 잘 적응하면서 강대국에게 휘둘리지 않는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나라인데 엄청난 시련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혼란스러운 때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나라를 이끌고 가야할 대통령이 궐위되는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필자가 다음 정권에서는 어떻게 훌륭한 나라를 이룩해야 할지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하며 그러기 전에 먼저 왜 우리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분석해보겠다.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것은 나라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탄핵되었을 때 많은 국민이 박근혜의 어리석음에 분노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박근혜의 실수는 윤석열 정권의 실수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잘못에 불과했다. 엄밀히 말하면 잘못도 아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며 따라서 내각이나 참모의 의견을 참조해서 결정하는 것이고 때로는 가까운 측근의 조언도 받아들일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지대한 공을 세웠다면 어찌 그 사람의 조언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측근의 국정농단이 탄핵 사유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핑계일 뿐 실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 말기에 보수 세력 내에서 차기 대권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박근혜 반대파인 이명박계가 국정농단을 핑계로 박근혜를 몰아낸 것이다. 이명박계(김무성과 유승민)는 언론(조선일보와 JTBC)과 검찰(박영수와 윤석열)의 힘을 이용해서 박근혜를 공격했다. 그런데 보수들 간의 싸움에 국민들이 일으킨 촛불이 가세하면서 싸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그 바람에 어부지리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진보세력은 자신들이 유능해서 정권을 잡은 것으로 착각하면서, 민주당의 대표인 이해찬이 ‘민주정권 20년의 서막이 올랐다’고 건방을 떨었다. 그런데 왜 민주당이 20년 정권은커녕 단 5년 만에 정권을 보수에게 넘겨주었는지 그리고 윤석열 정권은 왜 실패했는지도 간략하게 짚어보자.
문재인이 이낙연에게 총리와 당 대표까지 맡기면서 그를 대권 후보로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이낙연이 실족하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 싸움이 조국과 윤석열 사이에서 발생했다. 문재인이 윤석열의 손을 들어주어 윤석열이 승리했지만 윤석열은 이재명이 버티고 있던 민주당에 입당하지 못하고 궁여지책으로 보수 야당에 입당해서 대권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은 이재명의 당선을 방해하며 윤석열을 도왔다. 유시민도 이재명이 진보의 성골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재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윤석열의 당선을 도왔다. 조국은 바보처럼 윤석열에게 멸문지화를 당하면서도 이재명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문재인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싫어서 공정과 상식도 모르는 악당 놈들에게 나라의 운영권이 그냥 넘어가는 것을 방치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차기 대권의 잠룡이었던 김경수, 안희정, 노회찬, 박원순, 조국 등이 검찰 수사로 사망 혹은 탈락했고 이재명만 구사일생으로 생존했으나 힘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래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것이며 그런 일련의 과정을 문재인이 승인했거나 아니면 바보처럼 윤석열에게 당한 것인데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일까?
문재인은 진보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내각제를 선호하는 기득권층이 후원해서 된 것이므로 그가 기득권인 언론과 검찰을 개혁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득권이 옹호하는 윤석열을 지원하고 기득권에 위협적인 이재명은 멀리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이 꼭 기득권에 굴복해서 그렇게 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윤석열의 취임식에 참석한 문재인 부부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면서 즐겁게 취임식장을 떠나는 장면을 보면 그의 본심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진보의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에게 정권을 넘겨준 것은 나라를 적에게 빼앗긴 것과 같은 통탄할 일인데 어찌 윤석열 취임식 자리에서 웃음이 나왔겠는가? 문재인은 이재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한 번도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거나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코로나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 전 국민에게 약간의 지원금을 주자고 이재명 후보가 제안했으나 문재인은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거절했는데 사실은 예산이 충분히 남아 있었고 남은 예산을 윤석열에게 넘겨주었다. 소위 수박이라고 불리는 문재인 측근들도 이재명을 돕지 않았다. 그리고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심상정이 대선에서 끝까지 버티고 제3세력인 안철수와 보수의 합종연횡이 이재명의 낙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런데 왜 박근혜처럼 무능하거나 윤석열처럼 몰상식한 자가 대통이 되어 탄핵되는 것일까? 필자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맹목적으로 보수를 옹호하는 태극기 부대의 집회가 노인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해방구기 되었다. 노인들은 진보가 북한에 퍼주기 때문에 자기들에게 돌아올 혜택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진보가 집권하면 나라가 공산화 되거나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은 보수의 세뇌 작전에 말려서 진보에 대한 착각을 하지만 자신들은 오직 애국심으로 진보를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무능하거나 몰상식한 사람이 보수 후보로 출마해도 무비판적으로 표를 던져준다. 조만간 진보 정권이 들어서서 국정을 잘 이끌면 진보에 대한 오해가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짐작하겠지만 윤석열은 중요한 국가 정책을 무속에 의해서 결정하므로 처음부터 정권이 성공할 리는 없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오히려 안보에는 구멍이 뚫려서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 도청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서 능률적이며 안전한 대통령실을 준비하려면 도대체 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야 할까? 윤석열이 국정에 실패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가 정치에 무지한 탓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은 욕심을 부린 것이다. 윤석열은 아내를 보호하려고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온갖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다가 급기야 계엄을 발동했다. 계엄에 실패했을 때 반성하고 바로 하야를 했었다면 탄핵은 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신이 다시 복귀된다는 점술가들의 말을 믿고 사과나 사임도 없이 막무가내로 버틴 것이 더 화근이 되었다. 그동안 점술가들의 말을 듣고 버티면서 검찰총장과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번에도 그들의 말을 믿고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 속에서 무속의 말로는 언제나 비극으로 끝났다는 것을 종교인은 물론 일반인도 명심해야 한다.
조만간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 계엄을 옹호하던 세력들을 청산하고 검찰과 언론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재명이 당선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는 다행이도 기득권에 신세진 일이 없어서 과감하게 기득권을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득권 개혁은 물론 새로운 경제정책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헌법도 손질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잔존 세력들이 곳곳에 알박이처럼 박혀 있어서 개혁을 방해할 것이 염려된다. 친일파의 잔재들이 독립군의 후손들보다 더 잘 사는 세상이 계속 유지된다면 나라가 다시 위태로워질 때 누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나라를 구하려고 하겠는가? 불기 2568년, 서기 2025년, 그리고 을사년인 올해는 또 다시 을사5적이 나오면 관용 없이 처단하고 깨어 있는 국민이 모두 합심하여 새 나라를 만듭시다.
▲배길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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